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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생각

저는 게임으로 아들을 키웠습니다.

저는 게임을 많이 좋아합니다. 예전에도 많은 시간을 게임으로 보냈고, 지금도 게임 소식은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요즘은 게임할 시간에 다른 연구를 하는 중이라 게임할 시간을 많이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게임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약간 허풍스럽게 이야기하자면, 저는 아들도 게임으로 키웠습니다. '게임'을 많이 시켜준다는 의미도 있고, '게임화' 요소를 통해 아들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게임을 많이 사주고, 게임에 대한 제약은 거의 없다시피 하게 키웠습니다. 자연스럽게 아내와 충돌도 많아졌었죠. 게임을 많이 시켜줘서 아이가 다른 것에는 흥미를 가지지 못하고, 끈기 있게 국영수에 몰입을 못한다고 많이 혼났습니다. 지금도 아내의 마음 속 한켠에는 '게임 때문에'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게임으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것을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과 게임화를 통해서 아들이 창의적이고, 여가를 보내는 방법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아이들은 잘 놀아야 성공할 것입니다. 기계와 경쟁해서는 쉽지 않은 세상을 살게 될텐데, 단순 암기와 정해진 것만 잘 하는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출처 : 둠 이터널 웹사이트>

 

게임은 궁극의 종합예술입니다. 테크놀로지의 총아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종착점입니다. 좋은 게임은 무척이나 철학적인 메시지를 줍니다. 스토리 속에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전쟁과 인간이 단골 주제로 들어갑니다. 왜곡된 내용도 있겠으나 고증을 철저하게 한 게임을 통해서 역사적 사실과 내면의 갈등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아이와 놀아주는 것에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몸으로 놀아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그렇게 레고를 거쳐 자연스럽게 게임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게임을 통해 아들과 대화의 문도 활짝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춘기인 아들과 지금도 게임과 관련된 주제라면 1~2시간은 거뜬하게 이야기합니다. 사춘기 남자아이와 이렇게 긴 시간을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놀라워 합니다. 이것이 다 게임 덕분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게임은 폭력적이고, 선정적이고, 주의력을 결핍시키는 마약과 같은 나쁜 것이라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는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기도 한 것처럼 게임을 배척합니다. 물론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게임도 있습니다. 19세 이상이 할 수 있는 게임 속에는 사람을 너무 쉽게 죽이고, 여성을 상품화하는 장면이 곳곳에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맞습니다. 그렇지만 게임은 게임일 뿐이고 현실 세계는 다른 것이라는 것을 부모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인지해야 할 부분이지, 게임 속에 그러한 것들이 있으니 무조건 하면 안된다는 생각은 더 위험한 결과를 불러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게임으로 아들을 키웠습니다. 게임화 요소를 접목해서 아들의 역량도 길러냈습니다. 비록 학교 성적은 좋지 못하고, 국영수에 대한 관심은 지극히 적을지라도 저는 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세상을 다르게 보고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일의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다 게임 덕분입니다. 

 

'저는 게임으로 아들을 키웠습니다.'

 

언젠가는 이 제목으로 책을 쓰고 싶습니다. 제가 게임을 통해 아이와 소통하고 양육한 소회를 담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도 게임에 대해 생각합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스팀 등에서 판매하는 즐기기 위한 게임도 있지만 기능성게임도 있습니다. 기능성게임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능성게임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후배에게 전달하고 지켜본 적도 있었습니다. 상품은 시도할만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왜 기능성게임 프로젝트는 실패했을까요? 

 

예전에는 다른 이유로 그 결과를 진지하게 회고하지 못했습니다. 기능성게임에 다시 관심을 가지면서 그 결과를 회고해 볼 생각입니다. 그 프로젝트는 왜 실패했을까? 이 답을 찾고, 기능성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다시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아들을 게임으로 키웠듯이, 저는 게임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있습니다. 게임 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라이브러리에 있는 100개가 넘는 게임타이틀이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합니다. 언젠가 은퇴 후에 플레이스테이션에 있는 라이브러리를 하나씩 꺼내어 클리어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둠 이터널 같은 정신없는 FPS은 못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