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저와 같이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록합니다. P2P 방식으로 비트코인을 구입하는 경험을 해보려다가 스캐머에게 사기당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1. 팍스풀 재개장 이메일을 받고 다시 접속하다
팍스풀(https://paxful.com/)이라고 하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P2P 방식으로 비트코인 및 알트코인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입니다. 얼마 전에 팍스풀이 내부문제로 운영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때 경험을 해보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고, 운영 중단을 했으니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재개장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호기심에 다시 접속해서 소액으로 비트코인을 구입해 보고 싶어 도전했습니다.
새롭게 로그인을 하니 이런 화면이 반겨주네요. 내용을 간단히 훝어본 후 구매 테스트를 하기 위해 제공자를 찾았습니다.
2. 팍스풀 거래 절차 정리
구매는 비트코인, 결제수단은 페이팔, 지급금액은 달러로 선택했습니다. 오퍼와 오퍼 소유자 위치는 전세계로 지정한 후 필터를 했습니다. 이 중에서 비교적 가격 차이가 적은 사람을 골랐습니다. 페이팔 인증을 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사람은 아래와 같은 프로필을 한 사람입니다. 나중에 혹시 팍스풀에서 P2P 거래를 한다면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스캐머입니다.
거래는 채팅 인터페이스로 이루어집니다. 거래를 시작하면 판매자와 대화를 하면서 거래를 합니다. 아래 이미지는 거래취소 후 남아 있는 대화의 일부분입니다. 기억을 더듬어 거래 방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판매자와 인사하고,
2. 판매자에게 페이팔 거래 요청을 합니다.
3. 판매자는 자신의 페이팔 '기부' 링크를 보냅니다.
4. 저는 그 링크에 들어가서 구매할 금액만큼 '기부' 형식으로 보냅니다.
5. 금액을 보낸 후에는 '결제 완료' 버튼을 클릭합니다.
6. 판매자가 저에게 입금 받을 주소를 달라고 했습니다.
7. 저는 라이트닝 전송이 가능하냐고 물었고,
8. 판매자는 가능하다고 대답했습니다.
9. 저는 월렛 오브 사토시에서 제공하는 라이트닝 주소를 보냈습니다.
10. 라이트닝 주소로는 보낼 수 없는지, 인보이스를 달라고 합니다.
11. 인보이스를 구입하기로 한 BTC 수량만큼 만들어서 보냈습니다.
이때부터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구입하기로 한 수량의 BTC(캡쳐에 있는 수량)만큼 인보이스를 보냈더니, 이 금액이 라이트닝 지갑에서 50달러가 넘는다고 다시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페이팔에서 기부를 받은 금액을 캡쳐로 보낸 후 그 금액에 맞춰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다시 50달러 인보이스를 만들었는데 여기서 다시 말을 바꿉니다. 이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제가 팍스풀에서 거래를 한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페이팔로부터 받은 금액을 보여줍니다. 50달러를 보냈는데, 47.5달러가 찍혀있습니다. 페이팔에서 전송 수수료로 뗀 금액을 판매자가 받았을테니, 그럴 수 있겠다 싶어서 금액에 맞춰 다시 인보이스를 발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조금 후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더니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합니다. 절차를 모르는 저는 기다렸습니다. 판매자가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서 인보이스 지불을 못하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절차를 모르는 저는 다시 물어봅니다. 내가 어떻게 해야하나고. 여기서 스캐머는 '이 놈을 타켓으로 삼아도 되겠네...'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현재 거래를 취소하고 자기가 새로운 거래를 만들테니 거기서 지불을 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절차가 원래 그런 줄 알았습니다. 다시 기다렸습니다.
다시 말을 건 스캐머는 텔레그램으로 접속하여 이야기를 하자고 합니다. 이때 눈치를 채긴했지만, 팍스풀의 절차를 경험하지 못한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텔레그램으로 접속합니다. 팍스풀 공지에는 팍스풀에서만 이야기를 하라고 공지가 잘 나와 있습니다. 캡쳐된 화면에도 그런 내용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미 페이팔로 금액을 보냈고, 인보이스를 다시 발행하는 것 이외에 절차적인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착각하고 텔레그램으로 서로 대화를 했습니다. 번역기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하다 보니 대화의 맥락이 잘 이해 안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스캐머의 본색이 여기서 들어났습니다. 자기 팍스풀 계정에 문제가 생겨서 소액을 뺄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기에게 40달러를 더 보내면 자기 팍스풀 계정에 있는 100달러 만큼의 비트코인을 전부 다 보내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50달러에 추가 40달러를 써서 총 90달러를 지불하면 자기가 100달러 가치를 보내겠다는 것입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 스캐머와 긴 시간 동안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합니다. 저는 먼저 나에게 100달러 어치의 사토시를 보내라 그러면 내가 페이팔로 추가 40달러를 주겠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스캐머는 절대 그럴 일이 없겠죠. 그렇게 대화는 끝났습니다. 아래 대화의 일부분을 기록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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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후속 조치
팍스풀에 신고하고, 페이팔에도 거래 취소 요청을 했습니다. 팍스풀의 답변은 아직 오지 않았으나 신고가 정상적으로 처리된다고 해도 팍스풀에서 스캐머의 계정을 정지시키는 것 이외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팍스풀에 에스크로한 것이 아니라 페이팔로 돈을 주고 받았기 때문입니다. 스캐머도 자신을 믿어라, 팍스풀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팍스풀의 결과는 기다리는 중입니다.
페이팔은 결제 취소 요청이 반려되었습니다. 페이팔의 이용약관에 따라 '구매자 보호가 적용되지 않는 케이스'라는 이유로 분쟁보호 대상에서 거절되었습니다. 자세한 케이스는 읽어보지 않았습니다만, 비트코인을 P2P로 거래하기 위한 사유로 추정하고 말았습니다. 짜증나서 더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안들더군요.
4. 배운 점
매우 짜증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이 과정 속에서 배운 점이 있습니다. 50달러짜리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하렵니다. P2P 거래 처음할 때 소액으로 이런 경험을 한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경험만 했었다면 더 큰 돈을 스캐머에게 가져다 받쳤을지 누가 아나요.
알바로 일을 해주고 대금을 못 받은 적은 있었고, 크립토 세계에 입문하여 프로젝트 러그풀 당해 돈을 잃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때 마다 얻은 경험으로 일을 하거나 투자를 할 때 그 영역에서는 신중함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알바 대금을 떼인 경험으로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한 후에 일을 진행하는 습관이 생겼고, 크립토 러그풀 이후에 비트코인을 알게 되어 'Stay Humble, Stack Sats!'를 실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돈을 노리는 사기는 어디에나 있고, 인터넷 세상과 디지털 공간에서는 더 많겠죠. 저는 팍스풀이라고 하는 플랫폼을 믿고 시작했으나, 저의 어리석음 때문에 결국 제대로 절차를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이 부분을 반성하면서 무엇이든지 더 신중하게 진행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네요.
P2P 방식으로 비트코인을 구입하는 실험을 추가로 더 해볼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성공하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미리미리 해 놓아야 나중에 중요한 시점에 실수하지 않고 여유롭게 행동할 수 있으니까요. 다시 상황을 복기하면서 내가 무엇을 실수했는지 되돌아 보기 위해 이 글도 적어 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저는 조금 더 성장했겠죠. 스캐머 덕분에 50달러짜리 체험학습 잘 했습니다.